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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봄은 곤달비 향과 함께 온다.


경주에는 특산물이 없다고들 합니다. 굳이 꼽자면, 경주빵과 보리빵 정도랄까? 이건 다 '곤달비'를 몰라서 하는 말이에요. 푸짐하게 차려진 대명리조트 경주 '소담'의 곤달비 정식. 경주의 봄을 대표하는 건강한 밥상입니다. 





곤달비? 이름부터 낯설다. 곤드레, 곰취의 지역 방언인가 싶었는데, 이들과는 맛과 향의 곁이 다르다고 해요. 얼핏 보면 곰취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그보다 살짝 작은 잎에서 풍기는 향은 곰취보다 훨씬 깊고 진합니다. 잎은 부드러워 쌈으로 먹어도 부담이 없고, 향이 진해 나물로 무쳐 먹으면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입니다. 


곤달비 채취의 적기는 봄.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노곤히 풀어지면, 여린 연둣빛 싹이 하나둘 올라와요. 봄비를 자양분 삼아 자란 곤달비는 3~4월 봄이 무르익었을 때 그 맛과 향이 절정에 이릅니다. 이때 채취한 곤달비를 잘 말려 놓으면 사계절 내내 반찬 걱정이 없어요.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면 "곤달비 나물이나 무쳐 먹자"고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곤달비가 친근함을 넘어 입맛에 밀려 조금씩 낯선 이름이 되었어요. 그랬던 곤달비가 몇 해 전부터 웰빙 식품이라 불리며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곤달비에는 필수아미노산, 칼슘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활성산소 억제, 기억력 증진, 간 보호, 알코올 해독 효과가 높아요. 영양가는 높고 열량은 낮으니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그만입니다. 


게다가 곤달비는 어느 재료와도 잘 어울려 어떤 방식으로 조리해도 실패하는 법이 없어요. 날것 그대로 쌈을 먹어도 좋고, 조물조물 나물을 무치거나 밥이나 국에 넣어 먹어도 좋습니다. 다른 재료들과 묘하게 어울리면서도 특유의 향은 잃지 않죠. 건강한 맛이 각광받는 요즘, 곤달비가 때를 만난 것입니다. 




경주시 산내면 문족산은 예로부터 곤달비 자생지로 유명했습니다. 동네 아낙들은 봄이 되면 뒷산에 올라 곤달비와 봄나물을 캐는 것이 일상이었어요. 삼삼오오 모여 쉬엄쉬엄해도 어느새 바구니에 곤달비가 한가득이었죠. 바구니 가득 캐온 곤달비 중 일부는 그날그날 반찬으로 해먹고 나머지는 잘 말렸다가 1년 내내 밥상에 올리곤 합니다. 깨끗하게 씻어 쌈으로 먹으면 입 안 가득 퍼지는 봄내음이 아찔해요. 참기름에 살짝 무쳐 먹어도 좋고, 함께 넣고 밥을 지어 먹거나 국을 끓여 먹어도 질리는 법이 없습니다. 


최근 곤달비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경주 산내면 곳곳에 곤달비 재배 농가도 부쩍 늘었어요. 좋은 땅에 잘만 심어주면 경주의 맑은 공기와 햇살이 절로 키워주니, 그야말로 효자 작물입니다.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곤달비는 경주 농협을 통해 전국 각지로 판매되어 농가 소득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어요. 예로부터 경주의 바상을 책임지던 곤달비가 이제는 경주 농가의 큰 수익원이 되어 주고 있는 셈이죠. 경주와 곤달비의 인연 한번 특별하지 않나요? 





곤달비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대명리조트 경주의 '소담'을 그냥 지나쳐선 안 됩니다. 곤달비 나물은 물론, 곤달비 돌솥밥부터 된장찌개까지 향긋한 곤달비를 코스별로 즐길 수 있어요. 경주의 또 다른 특산물인 한우와 버섯까지 한 번에 맛볼 수 있으니, 경주를 제대로 맛보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습니다. 


첫 번째 주자는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는 자색고구마 타락죽. 말린 곤달비를 갈아넣어 향을 더했어요. 버섯과 전복버터구이 샐러드는 애피타이저라고 하기엔 그 자체로 환벽한 요리입니다. 경주에서 재배한 최상급 버섯과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복에 곤달비 가루를 첨가한 레몬 소스가 더해져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있는 '소담'만의 샐러드를 선보입니다. 


경주의 또 다른 특산물인 한우와 아스파라거스를 주재료로 사용한 냉채에도 곤달비는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알싸한 겨자 소스와 쌉싸래한 곤달비 향의 조화. 곧 만나게 될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져갑니다. 




메인 메뉴는 가자미 고추장 구이. 경주 감포 바다에서 잡은 가자미의 맛과 향을 살려주는 것은 직접 만든 과일 양념장이에요. 사과와 배, 키위를 곱게 갈아 직접 담근 고추장과 잘 섞은 후 3일 동안 숙성시켜 사용합니다. 곤달비 나물과 곁들여 먹으면 산과 바다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죠. 적당히 바삭하면서도 속살은 부드러워 자꾸만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마다의 재료와 어우러진 곤달비의 매력에 빠져들 때쯤, 드디어 곤달비 정식의 백미 곤달비 돌솥밥과 된장찌개가 등장합니다. 갓 지은 하얀 쌀밥에 은행, 밤, 대추, 곤달비가 푸짐하게 올라간 곤달비 돌솥밥. 야무지게 쓱쓱 비벼 한 입 가득 넣으면 찰진 밥과 은행, 밤, 대추의 아삭한 식감이 조화롭습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씹을수록 쌉싸래한 곤달비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데요. 곤달비와 한우를 넣어 끓인 된장찌개는 소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인기 메뉴. 직접 개발한 레시피는 단품 메뉴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돌솥밥의 별미 누룽지도 놓칠 수 없는데요. 곤드레 삶은 물을 넣어 잘 우러난 숭늉을 맛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마지막 입가심은 향 좋은 곤달비 차 한 잔. "아! 잘 먹었다" 소리가 절로 나오죠. 경주의 봄은 쌉싸래한 곤달비 향과 함께 시작됩니다.